발견의 영화

"제 능력과 기질은 하나뿐이 없습니다. 정말로 몰라서 들어가야 하고 그 과정이 발견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과정이 나로 하여금 계속 뭔가 발견하게 하고 그 결과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드는 겁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구체적인 것을 매번 만날 뿐 체계적으로 미리 갖지 않는 것, 매번 발견하는 것, 단지 감상하는 것, 지금 이 순간에." (구경남)

"미리 다 정해서 들어가면 그게 다 뻔한 거밖에 안 나와. 과정이 틀려먹었으니까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다 한 것들이 나와. 이미 상투가 되어버린 것들인데 그런 상투가 예술에서는 최악이야, 최악. 예술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감각적으로 새로운 세상에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는 거야. 정말로 모르고 들어가야 해." (양천수)

이번 영화에서 또 좋았던 건 홍상수의 영화작업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는 거였던 것 같다. 아 이런 생각을 갖고 만드니까 영화가 그랬던 거구나 싶으면서, 모든 영화가 이럴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영화를 만드는(그것도 잘) 감독이 있다는 게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는.
이 대사들 말고 자유에 대해 얘기하는 대사도 좋았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남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그런 욕망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할 수 있는 자유라고 했던가 암튼. 위의 대사도 내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리 만무하고 씨네21 기사 중 인용된 부분이 있길래 옮겨적은 것임.


(5월20일 추가)
이전 영화들과 다르게 느껴진 게 이런 점들 때문인가 싶은 인터뷰 글을 발견, 옮겨둔다.

말씀하신 대로 ‘강원도의 힘’에서는 주인공이 관광지만 다니죠. 전형적인 관광지에서 관광하는 사람의 눈에 포착되는 것들을 통해 그 인물의 내부를 이야기하려고 했던 거니까요. 그런데 이젠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는 거죠. 그들은 자신의 집에서 이전까지와 완전히 다른 새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이젠 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주인공이 듣거나 깊게 반응할 수 있는 거죠. 제 이전 영화들에선 주인공이 남의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거에요. 그래서 서울 거리나 여관을 배회했던 거죠.

‘생활의 발견’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은 다 경수라는 사람 속에서 윤색되어 있죠.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는 경남의 들끓는 속내에도 불구하고,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마음이 힘든 사람이 참 인정하기 어려운 게 정말 착하고 밝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죠. 그래서 자신의 가슴 속 소용돌이 때문에 그걸 끝내 부정하려고 해요. 구경남은 그런 상태에 놓여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정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내 입장에서는 짚고 가는 거에요.

(이동진 닷컴 2009년5월15일)


덧글

  • 2009/05/18 21: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편식 2009/05/18 23:41 #

    죄송하긴요 아이쿠 제가 지금까지 고마운 게 얼만데요 ㅠㅠ 일때문에도 힘드신 것 같은데 생활의 낙이 되어야 할 덕질마저 그러면 진짜.. 게다가 같은 분 팬이라서 더 속상해지면 정말 기운빠지죠 ㅠㅠ 기운내세요 ㅠㅠㅠ
  • 분홍복면 2009/05/19 23:46 # 삭제 답글

    와우 영화보고나서 읽으려고 대사 적어놓으신거 일부러 안봤었는데...지금 이렇게 읽으니 새삼 와닿는 이야기들이네요. (근데 이거 어떻게 적으신거예요?오오) 영화보면서는 이 대사들도 다 자기냉소성으로 웃기게밖에 안들렸는데 지금 여기서 읽으니 정말 감독님이 하고싶은 말들인 것 같아요.
  • 편식 2009/05/20 01:30 #

    마지막에 덧붙였지만 저 많은 대사를 제가 기억할 리가 없구요 ^^;;; 씨네21 리뷰 중에 저 대사들을 인용한 부분이 있길래 옮겨적은 거랍니다 ㅋ
    개인적으로 저 대사 할 때 구경남 참 안타까웠어요.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 저렇게 흥분해서 말하니 저걸 누가 제대로 귀기울여 들어 줄까 싶으면서 역시 말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말하는 방식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는요 ㅋㅋ
  • 분홍복면 2009/05/20 01:34 # 삭제

    헛 위에 써놓으셨는데 제대로 안읽고..죄송^^;; 제가 글을 끝까지 안읽거나 그러지 않는데 오늘은 제 블로그에 좀 달리다보니 좀 정신이 없었네요.

    그죠? 내용은 진지한데 말하는폼이 영 아니니까 사람들이 듣질 않잖아요 ㅋㅋㅋ 그 *가지없이 말하던 여학생도 어디서 많이 보던 스타일이고 암튼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다 어디서 보던 스타일이라서 더 웃겼어요.
    그러고보면 홍감독님 영화에서도 서로 소통안되는 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듯합니다. 김지운 감독님만이 아니라요 ^^
  • 편식 2009/05/20 01:51 #

    우왕 분홍복면님 동접이었나요 ^^ 죄송은요 제가 글을 보기 어렵게 빽빽하게 적어놔서 그렇죠(사실 뭔가 주절주절 늘어놓을 땐 왠지 부끄러워서 대충 보시구 패쓰하실 분들은 패쓰하시라고 일부러 빽빽하게 적어놓는답니다 ^^;;).
    그니깐요 말하는 폼이 그래서야 누가 듣겠어요 ㅋㅋㅋㅋ 저같아도 저 감독 왜 저렇게 흥분해서 난리야 하면서 어이없어하든지 비웃고 있든지 둘 중 하나였을 것 같아요 ㅋㅋ 근데 진짜 나오는 사람들이 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들인 게 너무 웃기구요 그 여학생도 주변에 보면 그런 타입들 꼭 있잖아요 뭔가 도발적이면서 옵션으로다가 꼭 남자들하고 스캔들도 달고 다니면서 ㅋㅋ
    진짜 홍감독님 영화도 김지운감독님 영화 못지 않죠 ㅋㅋㅋ 그러고 보니 두분이 서로 어떻게 생각하실지도 좀 궁금하네요 ㅋㅋ
  • 분홍복면 2009/05/20 11:24 # 삭제

    에 무슨 말씀을요. ^^ 꽉꽉 채워서 쓰지 마시구 한 자 한 자 크게 써주세요. 편식님 리뷰 올리신 거 뭐 없나 하구 제가 수시로 들어와보거든요. + 늘 감사한 정배우 소식두 물론이구요. (이제 저는 거의 포기^^하고 편식님 따라다니면서 거저줏어먹기로..ㅋㅋ)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도 웃기죠? ㅋㅋ 말로는 자유 자유 그러면서 행동은 남 따라하고 남이 한 말 자기 말처럼 하고..
  • 편식 2009/05/20 16:43 #

    리뷰라고 해봤자 그냥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들만 적어두는 건데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정배우님 소식은 저두 따라다니기 벅찼었는데 요즘 떡밥이 적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ㅋㅋ
    남들이 한 얘기나 행동 따라하는 거 홍감독님 영화 주특기죠 ㅋㅋㅋ 진짜 하는 짓들 보고 있으면 아휴 인간들 하면서 절로 웃음이 난다는 ㅋㅋㅋㅋ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

Cand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