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그대(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 세상의 모든 계절(Another Year)

사실 환상의 그대는 지난주에 봤는데 별달리 포스팅 할 게 없어서 다른 영화 보고 나서 같이 하려고 미루고 있었음. 재미없거나 별로였던 건 아닌데 이런 식의 얘기를 할 때는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았던 우디 알렌이 웃음기 빼고 얘기를 하니 인생이 씁쓸한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유쾌하게 웃고 싶었는데 웃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는.
그런데 오늘 본 세상의 모든 계절은 더더욱 씁쓸. 한 여자가 얼마나 불행한지를 보여 주기 위해 한 가족이 얼마나 이상적으로 행복한지를 보여 주는 영화라니. 또는 한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 다른 이들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보여 주는 영화라니. 으으으;;; 톰과 제리 부부가 잘못한 건 분명 없는데(물론 언제나 우아하고 매너 있게 행동하지만 절대 다른 이들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거나 공감하려고는 하지 않는 거나 외로움에 쩔어 있는 사람들 앞에서도 수시로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 자기들만 아는 대화를 나누며 부부간의 애정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인 건 정말 밉상이지만 그래도 민폐는 이들 부부가 아니라 메리인 건 확실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가 얄밉게 느껴지는 걸 보면서 감독이 그런 느낌을 의도하고 만든 게 아니라면 내가 드디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들 부부와 비교되는 메리의 진상짓이 너무 처절해서 영화 보는 내내 너무너무 괴로웠다. 영화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 영화 보면서 톰과 제리보다는 메리에 공감되는 나같은 사람은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류의 영화라고 생각함. 이런 영화 앞으로 다시는 만들지 맙시다 ㅜㅜ

언제 봐도 우아한 나오미 왓츠와 우디 옹.

덧글

  • 분홍복면 2011/04/06 11:23 # 답글

    편식님~~!! 오랫만이죠...잘지내셨어요? 블로그에 여행기도 올리고 영화 책 이야기도 올려야지 하면서도 그냥 시간이 확 지나가버렸네요 페북하고 트윗에 짧은 글 쓰는 것 말고 긴 글을 올릴 여력과 엄두가 안나는 것도 있었구요..일본 지진+원전 사태 때문에 너무나 무력하고 우울해져서 한동안 쇼크상태였어요. 현지에서 직접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바다 건너에서 쇼크상태니 뭐니 하는게 우습긴 하지만요....

    할 이야기는 많은데 말문이 막힌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요. 2, 3월 동안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외적인 변화말고 내적인 변화요...

    <세상의 모든 계절>을 다운받아 보고 있어요. 자막이 없어서 진도가 너무 안나가 자막을 다시 달고 봐야겠습니다 ㅠㅠㅠ 이번에 영국에 놀러가서 브리티시 잉글리시에 좌절을 심하게 느끼고..(라고 말하면 마치 아메리칸 잉글리시는 잘 알아든는 듯하지만...) 영화 다 보면 이야기할께요
  • 편식 2011/04/06 22:46 #

    우와왓 분홍복면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저도 거의 한달동안 이글루 방치 상태였다가 복귀한 지 얼마 안됐구요 ^^;; 일본 사태는 저도 사실 꽤나 직접적으로 저에게도 영향이 있는 일이라 더욱 충격이 크더라구요..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에 대한 실망이 점점 더 커지면서 맘이 복잡해지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앞으로도 한동안 일본을 왔다갔다 해야 할 생각을 하면 머리도 아프고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요..

    이삼월동안 어떤 변화를 겪으신 건지 엄청 궁금해지는데 여기서 덧글로 쉽게 말씀하실 만한 얘기는 아닐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살짝이라도 말씀해 주세요~

    오옷 세상의 모든 계절이 벌써 동영상이 나왔나 보네요. 저도 그냥 동영상으로 볼걸.. 위에도 적었지만 영화가 별로인 건 절대 아니고 괜찮은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보기가 너무 괴로웠거든요 ㅋ 안 그래도 분홍복면님 트위터에서 영국식 영어에 관한 멘션 봤던 것 같아요. 영국식 영어가 멋지긴 한데 저도 익숙하긴 미국식 영어가 아무래도 익숙해서.. ^^;; 앗 저도 그렇다고 미국식 영어를 알아듣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ㅋㅋ 옙 영화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
  • 분홍복면 2011/04/06 23:16 #

    여행기 하나 백만년만에 블로그에 올리면서 그 변화에 대해 잠깐 써놨어요..
  • 편식 2011/04/06 23:48 #

    아 여행기 보면서 이 말씀이신 건가 싶었는데 그런 거였군요.. 분홍복면님께서 그런 이유로 앞으로 여행을 안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마저 드셨다니 제가 다 아쉽고 안타깝다는 ㅠㅠ 기운 내시구 그런 생각 마세요 ㅠㅠ
  • 분홍복면 2011/05/21 01:35 # 답글

    세상의 모든 계절에 대한 편식님 리뷰 다시 읽어보니 어떤 말씀인지 너무 잘 와닿아요 ㅠㅠ 이런 영화 다시 만들지 맙시다라는 대목에서 특히 ㅠㅠ 저도 감독의 의도가 궁금해지던데 톰과 제리처럼 사는게 맞는거라는 이야기인지 그들이 얄밉다는 이야기인지 당췌 알 수가 없네요...말씀대로 메리의 진상짓이 너무 처절해서 정말 보는 사람 얼굴이 붉어지더라구요 ㅠㅠ 개인적으로 이런 성격을 안좋아하는 관계로 감정이입까지는 안됐는데(솔직히 현실이라면 톰&제리가 좋지 메리가 좋지는 않을듯해요) 그래도 그 바닥까지 간 모습이 며칠 지났는데도 계속 머리 속에 맴도네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배우가 참 연기를 잘한 듯합니다...저는 메리도 메리지만 로니 할아버지가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무뚝뚝한 한국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감정표현은 못하지만 그 슬픔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영화가 계속 뭔가 마음에 걸리는 느낌인거 보니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영화는 아닌건 분명한데, 아직도 그 느낌의 정체가 뭔지 잘은 모르곘어요,. 이 감독의 다른 영화를 좀 봐야 이해가 갈려나요...
  • 편식 2011/05/21 16:10 #

    네 저도 감독의 의도를 정말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한번 생각해 봐라 하고 던져놓은 것 같기도 하고.. 저도 메리와 곧 같은 처지가 될 게 너무 뻔해서 상황에 공감이 안 갈 수는 없었는데 사실 그런 성격은 저도 부담스럽거든요. 메리와 비슷한 성격의 몇몇 친구들 얼굴이 떠올랐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런 감정 모르겠는 것도 아니고 너무 잘 알겠는데도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제가 챙겨주긴 역시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래저래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더 괴로웠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역시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봐요;; 어떤 리뷰에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메리가 톰과 제리 부부 친구(본 지 조금 돼서 이름은 까먹었어요;)와 잘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지만 그것도 사실은 메리가 안스러운 한편으로 보고 있기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라고 한 걸 봤는데 그 말이 딱 맞다 싶더라구요. 정말 메리도 그렇고 로니도 그렇고, 톰과 제리 부부도 그렇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긴 하는데 답은 안 나오고 분홍복면님 말씀처럼 이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보면 좀 이해가 갈까요;;
  • 분홍복면 2011/05/21 02:28 # 답글

    블랙스완은 좀 실망이었어요. 그래도 뭔가 있겠지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상식적인 전개였다는...예술가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어쩌면 저만 그렇게 기대한건지두 모릅니다만..), 이건 그냥 소심한 모범생 소녀가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오바하다가 사고친다는 뭐 그런 이야기에 가깝더라는...ㅠㅠ 발레 장면만 너무 많이 나와서 대중적 재미가 크게 있는것도 아니구요(끔찍한+징그러운 장면이 살짝 나오긴 하는데 아주 조금이예요..). 그래도 나탈리 포트만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너무 이쁘기도 하구요,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녀의 신경과민과 스트레스가 영화 보는 내내 너무 잘 전달되서 보기 힘들 지경이었어요. 그리고 화장기없는 하얗고 창백한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만...
  • 편식 2011/05/21 16:14 #

    사실 제가 블랙스완을 보고 싶었던 건 90%가 나탈리 포트만 때문이었거든요. 클로저에서 워낙 좋게 봐서 정극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더라구요. 근데 예술가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범생 소녀가 사고치는 이야기였던 건가요 이런... 끔찍하고 징그러운 장면은 조금이라는 것 같긴 했는데 그런 쪽으로 제가 아주 많이 겁이 많다는 걸 아는 친구가 저보고 못 볼 거라고 해서 왠지 아직도 겁나는.. 나중에 디비디로 스킵하면서 봐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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