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종사

삶에 후회가 없다는 건 다들 하는 말이에요
후회가 없으면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지인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아서 별로 기대하고 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다들 평이 별로였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도 좋게 봤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을 줄은 알았다.
왕가위 영화 치고 서사가 많아 설명이 많은 대신 전체적인 이미지는 조금 약해진 면이 없지 않지만
(물론 무술씬들은 모두 무척 아름답고 긴장되지만. 특히 궁가 64수는 말할 것도 없고)
왕가위식 정서는 여전해서 내겐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스러웠음.
정서를 건드리는 영화라고는 찾기 힘든 요즘같이 황폐한 영화판에 이게 어디냐.
단 주인공인 엽문에게서는 후회나 흔들림 같은 것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감정이입은 주로 장쯔이에게 하게 되었고
왕가위 영화인 만큼 아무래도 멜로에 무게를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는.

64수를 다시 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높은 산을 만나러 가기 위해 마련했던 외투를 저당잡히면서 떼어 두었던 단추 하나는
아마 앞으로도 버리지 못할 거다.


스틸컷들 사이에 섞여 있는 왕가위 모습. 여전하네.
앞으로도 영화 좀 자주 만들어 주시길.
요즘 영화들은 너무 재미없다.

+ 엽문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영화 정보도 따로 안 봐서 왠지 북경어로 찍지 않았을까 했었는데
광동어도 같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광동어 발음과 억양의 널럴함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다. 물론 북경어도 듣기 좋지만.
북경어가 나올 때는 자꾸만 나도 모르게 말에 집중하느라 영화에 집중이 안되기도.
즈다오, 메이꽌시, 션머 밍쯔, 시엔셩 등등 듣기 전엔 생각이 안 나고 지금도 다시 생각은 안 나지만
자막과 함께 보고 있으면 기억나거나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들이 한 단어 정도는 꼭 섞여 있어
자꾸만 귀기울여 듣게 되는 거다.
언젠가 꼭 중국어를 제대로 배워 봐야 하는데.
하긴 후회가 없으면 재미없는 건가.

+ 왕가위가 영화를 들고 왔는데 정성일 평론가가 그냥 있을 리가 싶어서 찾아봤더니 역시 있었다.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menuCode=2&subMenuCode=11&mi_id=MI0099435504


덧글

  • ... 2013/09/05 19:47 # 삭제 답글

    역시 중국어 신동이라는 소문이... 맞나요...
    영화 한번 봐야겠네요. 집에 왕가위가 서랍 어디 있었는데.ㅡ.ㅡ
  • 편식 2013/09/05 21:06 #

    흐규 중국어 신동 얘기 들은 지도 어언 십오년도 더 전이네요. 신동도 아니었지만 그랬다고 해도 이젠 평범한 성인이 되었겠네요 ㅡ.ㅡ
    닉네임님도 벌써 구해 두신 건가요. 저번에 락 송별회때 만났던 A군과 Y후배님도 개봉전인데 이미 봤더라구요;;
  • 2013/09/05 23: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편식 2013/09/06 16:45 #

    엇 아뇨 실은 중국어는 정말 잠깐 배운 것밖에 없는데 그때 중국어 선생님께서 발음 잘한다고 중국어 신동이라고 칭찬해 주셨었거든요. 신나서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라는요. 진짜 신동이었으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도 않겠죠ㅋ
    엇 동사서독 화양연화가 재개봉한다구요? 동사서독 리덕스를 말씀하시는 거면 저도 못 봤는데 이번에 보면 되겠네요. 화양연화도 전에 봤던 왕가위 영화 중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순위 안에는 들지 않는 영화라 좀 더 나이 들고 보면 다르려나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재개봉하면 봐 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
    저도 좋아하는 영화는 몇번씩 다시 보는 거 좋아해요. 요즘은 영화고 뭐고 다 예전만큼의 흥분이 없어져서 좀 시들해졌긴 하지만요..ㅋ 일대종사가 정말 생각보다 상영관이 많지 않더라구요. 빨리 보실 수 있길 바라고 보고 오시면 어땠는지 얘기해 주세요 ^^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

Cand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