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뜬금없는 꿈. 꿈 속의 금붕어는 먹고 헤엄치고 먹고 헤엄치고, 또 먹고 헤엄치고. 어항 속 금붕어는 뭘 위해 사는 걸까.
누군가 커다란 존재가, 우주적인 존재가 내 삶을 내려다보며 생각하는 건 아닐까.
- 먹고 일하고 자고 먹고 일하고 자고. 지구의 이동진은 뭘 위해 사는 걸까.
슬프지도 우습지도 않다. 화가 나지도 즐겁지도 않다.
문득문득 한숨이. 한숨을 쉬면 갈비뼈가 시옷자로 갈라진 그 곳이 구멍이 뚫린 듯 시렵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절대적인 운명, 그것은 소멸.
이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생명을 어떻게 살아가야 되나.


일정한 슬픔 없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일년 뒤에도 지금이랑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평화를 깨뜨리기도 하고 혼자서 먼 길을 헤쳐가야만 할 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비록 다시 어둠이 올지라도.
가끔은 시간이 흐른다는 게 위안이 된다. 누군가의 상처가 쉬이 아물기를 바라면서.
또 가끔 우리는 행복이라는 희귀한 순간을 보내며 멈추지 않는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어떤 시간은 사람을 바꾸어 놓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랑은 시간과 함께 끝나고, 어떤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드러나지 않는다.
변해 버릴 사랑이라 해도 우리는 또 사랑을 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처럼.
시간이라는 덧없음을 견디게 하는 것은 지난 날의 기억들.
지금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기억이 된다. 산다는 것은 기억을 만들어 가는 것.
일상은 고요한 물과도 같이 지루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일라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
행운과 불행은 늘 시간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약하여서 어느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애닳아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 * *

언젠가 포스팅 해 두려 했는데 2006년 오늘의 일기에 엔딩 나레이션이 떠 있길래 생각난 김에 옮겨옴.
드라마 보고 나서 원작소설을 본 친구가 원작은 드라마보다 못하다고 했고 그럴 것 같긴 했지만 이런 나레이션들(게다가 작가가 자살한 탓인지 더욱 진심으로 느껴지는) 때문에 언젠가는 책을 한번 봐야겠다 했었는데, 전에 찾아보니 이미 원서도 번역서도 절판이었다. 생각난 김에 일본 아마존에서 헌책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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