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후드(2014)

에단 호크를 좋아하는 친구는 에단 호크에 집중하며 봤다고 했고 두 아이의 엄마인 친구는 엄마가 보였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봐서인지 영화 보는 내내 엄마 캐릭터가 어쩐지 친구와 닮은 듯 보이기도)
기획은 참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주인공에게 집중하면서 보게 되지는 않았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건 그저 덧없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게다가 난 특히 청소년기에 대해서는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조차 아무런 관심이 없었으니.
급격한 외모의 변화 말고는 딱히 의미 있는 내면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도 아니고
외모도 그 이전이나 이후에 비해 점점 더 별로가 되어 가는 중닭 시기(대학생이 된 메이슨을 보고 겨우 안심;;).
오히려 청소년기 이후의 어느 시기의 변화도 그 시기보다는 흥미로울 것 같다.
철들기를 거부하는 것 같은 아빠나, 다소 신경질적인 엄마나, 애초부터 조용하고 조숙했던 메이슨이나 
시간이 흘러도 영화 속에선 그리 달라지는 게 없어 보여 더 의미 없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고.
그나마 변화해 가는 게 보였던 유일한 사람은 그나마 누나(감독 딸인 듯).

이로써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를 비포 미드나잇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그저그렇게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두 편 모두 인생이란 이런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데 나는 동의할 수 없는 영화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다음 영화가 무엇인지에 따라 또 보게 될 것 같긴 하지만서도.



+ 이번주 씨네21을 보다 보니 마침 올리비아(엄마) 대사에 대한 김혜리 기자의 언급이 있어서
개봉 당시 김혜리 기자의 평을 검색해 보았다.
"난 그냥 뭔가가 더 있을 줄 알았단다" 라는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그외의 신경질 폭발은 제외)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버리지는 않았어도 딱히 아이들 때문에 희생한 것이 있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결혼도 세번 하고 할머니에게 아이들 맡기고 공부해서 교수 되고 아이 둘을 대학생으로 키우는 동안
어떤 사람들은 훨씬 더 빨리 깨달을 수밖에 없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 있어서,
김혜리 기자 말처럼 멈춰서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해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라는 생각과 연민이 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면 다행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나뿐인 건가..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중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리고 그 시선에 동의하는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나는 아무래도 동의하기가 힘들 것 같다.


덧글

  • 2015/10/24 22:2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편식 2015/10/25 19:25 #

    저두 며칠전 ㅇㅇ님께서 알려 주신 덕분에 어제 두 프로그램 다 봤어요. 특히 불후의 명곡 보면서는 내내 눈물이 나더라구요.
    아내분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둘다 너무 마왕을 닮아서, 이렇게라도 가끔씩 아이들 통해 얼굴 보고 싶어요.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데 기념한다는 게 참 부질없게 느껴졌었는데 저두 그냥 며칠동안은 맘껏 생각하고 노래 듣고 하려구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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