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사

점심때쯤 일어나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와 투표소로 가는 길에 햇볕을 쏘이고
투표를 하고 좋아하는 수제비집에서 수제비를 먹고
서점에 들러 그람시의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와 씨네21을 사고
(나는 증오까지는 하지 않지만 투표일에는 참 어울리는 제목)
서양철학사2권과 마선생님의 섭세론을 주문하고 돌아온 보람찬 하루.
투표장에서 나오는데 처음으로 출구조사를 당해 보았다.
나 때문에 괜히 희망적인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찰리 카우프먼 영화라 궁금해서 보고 말았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고 아스트랄하고 정말 섬세한 19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슬펐다.
사랑이란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누군가(someone else)를 찾았다고 생각했다가
곧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잠시나마 자신에게도 특별한 구석이 있는 줄 알았다가
이내 스스로가 생각했던 대로 평균보다도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인가 보다.
물론 특별하지 않음이 익숙함이 되어 지속되는 보다 더 평균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것이겠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아노말리사였던 리사가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노말리사가 일본어로 천국의 여신이라는 건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를 착각한 건가?..)
찰리 카우프먼이 직접 작사한 노래도 좋다. https://youtu.be/zlb_oUlqYTc




+ 혹시나 하고 갖고 있는 꽤 두꺼운 영일사전을 찾아 보았지만 역시 아노말리사라는 단어는 없었다. 하긴 있을 리가..
대신 anomaly는 아니지만 anomalous를 찾은 적이 있었는지(아마도 이토 선생님 스터디 하던 무렵이었을래나)
기억도 안 나는 단어인데 거기에만 녹색 사인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어서 신기했다. 

덧글

  • 별명없다 2016/04/25 23:45 # 삭제 답글

    오호. 언제부턴가 이런 종류의 영화는 볼 영화 리스트에서 자동삭제되었는데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제보가 여기저기서 들어오네요. 한번 봐야겠습니다. ㅎ
  • 편식 2016/04/26 13:30 #

    넵 저는 워낙 애니메이션은 거의 안 보는 편이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본 게 없는데 이건 제대로 어른들용이라 재미있었습니다. 기회 되면 한번 봐 보셔요.
  • 행인 2018/01/01 03:33 # 삭제 답글

    abnormal+l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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