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일행들이 먼저 떠나고 부산에 막상 혼자 남고 나니 친구가 강추했던 냉채족발을 먹어 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김민희는 좋은데 박찬욱은 별로라 볼까 말까 계속 고민하던 아가씨를 그냥 보기로 했다.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니더라도 재미는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럭저럭 볼 만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아니었고 장르영화로서의 느낌도 생각했던 것보다 뭔가 좀 어설펐다. 하정우가 나오면 유머스러워지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감독이 컨셉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고. 코믹물인가? 에로물인가? 뭐지? 싶은.
물론 김민희에 대해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일본어 연기도 너무 잘 해서 감탄했고.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을 만큼 재미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그런데 이 영화를 왜 만든 걸까? 적나라한(하지만 전혀 진지하지는 않고 아저씨가 연출한 여고생들의 장난같은) 여여씬과 변태같은 낭독회씬이 없었다고 해도 과연 스토리의 매력만으로도 만들고 싶어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음.

덧글

  • kiekie 2016/06/12 21:34 # 답글

    박쥐 때 느낀 건데, 박찬욱 감독은 스토리 자체를 먼저 잡고 거기에서 장면을 파생하는 게 아니라,
    본인 취향의 본인이 만들고 싶은 미장센을 이미 생각하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거나
    찾아나서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면 수포 터지는 흡혈귀 신부님이 나오는 멋진 씬을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원작 스토리를 탐색해서 영화를 만든 느낌이랄까.
  • 편식 2016/06/12 23:35 #

    박찬욱 감독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지만 kiekie님 말씀에 백퍼센트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지 하나 때문에 잊지 못할 영화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구상한다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구요. 그런데 분명 보여 주고 싶은 건 그거였던 것 같은데 영화가 던지는 메세지나 의도는 따로 있는 것처럼 구니 뭐지...싶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
  • 2016/06/22 02:2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편식 2016/06/22 16:24 #

    저도 전혀 사랑을 나누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그냥 친구끼리 장난 치는 것 같은 느낌.. 중고등학교때 호기심 많은 친구들은 실제로 비슷한 걸 해 보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장면뿐 아니라 다른 장면들도, 그냥 친구간에 서로 호감을 느끼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워낙 만들어 온 영화들이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는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 감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감정은 없이 행위만 있으니 변태 아저씨의 판타지로밖에 안 보였구요.
    조진웅씨가 그런 인터뷰를 했었군요. 저는 남자배우들은 딱히 잘했다 못했다 할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가 전체적으로 뭘 추구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조진웅씨도 새 영화 하는 것 같던데 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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