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공명이 특히 지금 젊은 세대들의 말하기와 관계 맺기 방식이라는 사실은 ‘잉여의 삶’에 대한 대표적인 세 노래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하나는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 전 숨진 달빛요정만루홈런의 〈쓰끼다시 인생〉이며 마지막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이라는 노래이다. 이 세 노래 중에 486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래는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이고 20대들이 선호하는 노래는 〈졸업〉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감수성의 차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싸구려 커피〉가 보이는 삶에 대한 태도는 ‘관조’이다. 지랄 맞아 보이는 삶에 대해서 〈싸구려 커피〉는 대단히 무심하게 관조한다. 그래서 〈싸구려 커피〉를 들으면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보인다. 관조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조차도 거리를 둔다는 말이다. 자기 자신과 거리를 둔다는 것은 가장 철학적인 태도이며, 이것은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 즉 문화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보일 수 있는 태도이다.
이에 비해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은 너를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 미친 세상에 너라도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빌어 준다. 역설적으로 이 ‘미친 세상’과 ‘행복’을 대비시키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기가 힘든가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너를 잊지 않는’ 것이며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달빛요정이 절규하듯이 외치는 이 지랄 맞은 미친 세상을 ‘욕’하는 것보다, 장기하처럼 이 미친 세상에서 망가진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것보다 더 우리에게 와 닿는 말은 이 미친 세상을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고 견뎌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명이다. 증언에 대해 처음 말한 것처럼 서로를 잊지 않는 우리는 이 미친 세상에 대한 증언자로서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동시대를 겪고 견디며 그것을 우리의 몸으로 폭로하는 증언-동반자 말이다.
 
- 엄기호 <불한당 같은 시대, 교실에서 꿈꾸는 혁명> (http://uhmkih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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