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젠가부터 홍상수 감독 영화는 개봉날만 기다리게 되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고 이번에도 기다렸던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분위기상 극장을 향하는 마음이 그저 즐겁기만 하지는 못했다.  사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여전히 꾸준한 기사들과 거기에 달리는 댓글들이 정말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게 덧없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거라지만 그렇게도 많은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손가락질을 당하면서 그래도 좋다는데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거구나. 물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나라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한번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이렇게까지 공고한 거였구나. 솔직히 좀 많이 놀랐다. 포인트는 다르지만 문득 전에 J양이 했던 "이혼들도 좀 하고 해야 해요. 그래야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도 다시 차례가 돌아오지" 라던 웃픈 말이 생각났다. 이 정도였다니, 이 나라에서 차례가 다시 돌아오기란 웬만해선 어렵겠구나. 그냥 1라운드로 게임 끝인 거구나 하고.
어쨌든, 여느때처럼 개봉날 영화를 보았다. 다른 때와는 달리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홍상수 감독의 다른 영화들 중 이만큼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영화가 있었던가?
현실과 분리해서 영화를 볼 수가 없어서 영화에 대해서는 좋았다 어떻다 말을 하기가 어렵다.
다만 홍상수 영화 중에서는 가장 솔직하고 가장 감정적이고 가장 진지했고, 정재영이 나올 때를 제외하면 웃기는 장면도 없었다.
나는 보는 내내 안스러운 마음이었고 마지막에 혼자 걸어가는 겨울 공기 속 영희의 숨소리가 슬펐고 보고 나서도 심란하지만 아마도 비난하는 사람들은 보고 나면 더욱 분노할 거다.
어쨌거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건 그게 만약 정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이라면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건 별거 아니며, 결혼한 사람들(특히 여자들)이 종종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던 게 정말 별거 아닌 거였으며, 그런데 그렇게 사랑이 별거 아니라면 왜 결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왜 연애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뭔가 몹시 이상하다.



덧글

  • 은사자 2017/03/24 10:41 # 답글

    개인사와 작품을 어떻게 연결할것인가 무척 고민되요. 여전히 홍감독님 영화는 너무 좋은데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영화 속 모습을 보며 그의 가족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다가도 이건 또 무슨 오지랖인가 싶기도 하고... ^^;;
  • 편식 2017/03/24 12:05 #

    저도 사생활은 관심없지만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조금은 의식을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홍감독님과 아내분에게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잘 모르겠구, 저는 그냥 김민희 배우가 안타까워요. 홍감독님 영화에서 유부남들이 중심인물일 때는 자조적인 코미디가 되지만 그 상대방이 중심일 때는 그럴 수 없고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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