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2016, 엘리)

삼월 이후 처음으로 책 읽을 시간이 났던 주말,
바빌론의 탑과 이해와 영으로 나누면, 그리고 (냉우동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사이에) 인류 과학의 진화를 읽었고
현충일이었던 오늘,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을 먹고 일을 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하던 일을 마치고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잘 준비를 하고, 그리고 나서 경건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드디어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었다.
영화가 무척 좋았기 때문에 기대를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와, 이렇게 내용도 묘사도 문체도, 그리고 세계관과 정서도, 심지어 번역도 모두 마음에 드는 고도로 근사한 소설이라니..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도 궁금하긴 했지만 아마도 별일 없었다면 굳이 사서 보진 않았을 가능성이 컸을텐데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사 주기까지 한 친구에게 감사를.
고도로 근사하다는 건 영어로 뭐였을지 궁금하다.


* * *

세월이 흐른 뒤에는 네 아버지도 떠나가고, 너도 떠나가게 될 거야. 이 순간으로부터 내게 남겨질 것은 오직 헵타포드의 언어밖에는 없어. 그래서 나는 주의를 기울이고, 그 어떤 세부도 놓치지 않을 작정이야.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이런 의문들이 내 머리에 떠오를 때, 네 아버지가 내게 이렇게 물어.
"아이를 가지고 싶어?" 그러면 나는 미소 짓고 "응"이라고 대답하지. 나는 내 허리를 두른 그의 팔을 떼어내고, 우리는 손을 마주잡고 안으로 들어가. 사랑을 나누고, 너를 가지기 위해.

-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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